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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탈핵 vs 대한민국 탈핵

장택희(솔라타임즈 논설위원, 공학박사)

등록일 2019년01월28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재앙과 독일의 탈핵 발표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독일에선  ‘안전한 에너지 공급 윤리위원회’가 3월 22일 구성되어 8주간의 논의와 TV 토론회를 거쳐 5월 30일 정부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2022년까지 핵발전소 폐쇄를 권유하는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이 위원회의 제안을 수용하여 6월 6일 독일 연방회의 연설을 통해 2022년까지 핵에너지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였고, 정부는 6월 9일, 기존의 원전 수명연장 결정을 철회하고, 모든 핵발전소의 폐쇄를 결정하였습니다. 

                 
             (사진설명) 뉴스타파 - 독일은 탈핵 중…”핵은 비싸고 위험한 에너지”(2015.2.12) 화면캡처

독일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30년 전쟁이 끝났다”고 표현했는데, 이는 2011년 선언에 이르기까지 40년간 원전지지 진영과 반핵평화운동 진영간에 벌어졌던 싸움을 17세기 초 30년간 유럽에서 벌어졌던 구교와 신교간의 처절한 전쟁에 비유한 것이라고 합니다.

40년간 진행된 치열한 양 진영간의 싸움은 이후로도 종식되진 않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틈만 나면 ‘전기료가 비싸 독일의 산업경쟁력이 떨어진다’며 탈원전 정책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투자로 ‘탈원전’은 물론 ‘탈화석연료’까지를 추가하여 2050년에는 재생에너지 100% 를 달성하겠다는 독일 정부의 의지와 전략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어려운 행로를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이상 부분 변형 인용)
                                                                            http://bitly.kr/fs2Br  11시간 토론 생중계... 메르켈은 어떻게 결단했나

독일 탈핵의 내막과 우여곡절

참고로 독일은 2002년 사민당과 녹색당의 적-녹 연정 시절 핵발전소의 단계적 폐쇄를 선언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바 있습니다. 이 선언대로라면 독일의 모든 원전은 2022년을 끝으로 모두 사라질 처지였습니다. 그런데 2005년 총리가 된 기민당 출신의 메르켈은 2009년 보수 성향의 자민당과 달콤한 동거로 일컬어지는 2기에 접어들면서 2010년, 핵발전소의 수명을 최대 14년 연장하였던 것입니다. 이후 사민당과 녹색당이 격렬하게 반발하였지만, 아무튼 메르켈 정권이 이와 같이 핵에너지에 매우 우호적인 정치 집단이었던 사실을 기억한다면 독일의 탈핵 결정과 이후의 과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하겠습니다.


(사진설명) DECEMBER 7, 2005 - BERLIN: Chancellor Angela Merkel at a press conference after a meeting with the Denish Prime Minister in the Chanclery in Berlin.

여기서 한가지 사실 추가! 

독일이 극적인 탈핵 결정을 한 결정적 이유가 오직 후쿠시마 원전 재앙뿐이었을까요? 
<에너지 혁명 2030> (토니 세바 지음, 박영숙 옮김, 교보문고)에선 새로운 사실을 전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혁명 2030> 표지

“ 세계는 지난 60년 동안 원자력발전소를 건설, 운영, 유지보수하고 전력을 생산해왔으며, 보험회사들은 원자력밠전소의 안전을 측정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갖게 되었다. 그렇지만 보험회사들은 원자력발전소에 보험을 팔려고 하지 않는다. 어떤 보험회사도 원자력발전소 재난의 전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보험회사들은 새로 지은 프리덤타워(세계무역센처 테러 붕괴 이후 새로 지어진 건물)의 보험을 받아 주었다. 항공 사고나 허리케인의 위험에 대비한 보험도 받아준다. 그러나 어느 보험회사도 원자력발전소에 대해 보험을 받아 주지 않는다.

자동차 보험이나 태양광발전 설비에 대한 보험 시장처럼 원자력발전소를 위한 보험 시장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보험회사는 원자력발전소 보험에 얼마의 보험료를 받아야 할까?

독일 정부(독일 역시 납세자들이 원자력발전소를 책임지고 있다)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2011년 4월에 발표된 보고서는 민간보험회사가 원자력발전소의 보험을 받기 위해서는 킬로와트시당 0.139~2.36 유로(19.9 센트~3.39달러)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와 팔로알토 시가 향후 25년간 태양광 전력을 킬로와트시당 6.9센트에 구매하겠다고 한 계약을 비교해보자. 팔로알토 시가 태양광 전기에 대해 지불하겠다는 금액이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최소 보험료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략)

독일의 보고서는 또한 원자력 재난의 피해규모를 5조 7,560억 유로(8조 2,700억 달러 ~ 금일(‘19.1.25) 달러 환율 1124.16 원을 적용하면 약  9,300 조원! - 대한민국 2019년 수퍼예산 470조 5천억으로 따지면 약 20년치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는 금액이다!!!)로 추산했다. 세계은행에 의하면 2012년 독일의 GDP 는 3조 4,000 억 달러다. 독일에서 원자력발전소 재난이 발생할 경우 처리비용이 독일 경제 규모의 2.4배에 달하는 것이다. 한 번의 원자력발전소 재난이 유럽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세계 경제에서 다섯 번째 국가인 독일을 파산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략)

독일 정부는 이 무서운 보고서와 직면하자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8기의 원자로를 즉시 가동 중단시키고 2022년까지 원자력산업 자체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독일은 이미 세곙서 태양광과 풍력발전, 에너지 효율성, 전기자동차 등 청정에너지 계획에 가장 열정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상 <에너지 혁명 2030> 275~278에서 부분 임의 인용)

한편 저는 개인적으로, 2015년 2월 초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탈핵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등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독일 에너지 전문가인 하리 레만(Harry Lehmann•60, 현 독일 연방환경청 지속가능전략국장, 세계 재생가능에너지협의회(WCRE) 회장)이 “유럽에선 더 이상 재생에너지만으로  전기에너지 100% 를 충당할 수 있느냐에 대해 논쟁하지 않는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인가에 대해 의견이 다를 뿐이다. 독일은 2050년 100% 재생에너지를 목표로 삼고 있다. 격려해 달라!” 고 말하는 현장에 있었습니다.

이때 하리 레만은 독일 에너지혁명의 성과와 미래’에 대한 기조발표를 가졌습니다.
그린피스 초청으로 3년 만에 방한한 레만 국장은 이날 “독일이 탈핵 선언 뒤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겨 원전 가동국인 프랑스 등지에서 전력을 수입하고 있다는 것은 낭설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2011년부터 전력 수출이 늘고 있다”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그는 전기요금 상승으로 산업경쟁력이 위축되고 있다는 국내외 지적에 대해서도 “실제로 산업용 전기요금은 싸지고 있으며, 전력도매가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http://bitly.kr/tvHHG 독일 탈핵선언 뒤 전력난ㆍ수입은 거짓말, 되려 수출 늘어)

독일 탈핵은 인류의 에너지전환을 위한 도전적 여정

저는 이 칼럼에서 독일이 2011년 탈핵 선언이후 2022년 탈핵을 향해서 순조롭게 가고 있다고 말하려는게 아닙니다. 오히려 지난 칼럼[2019.1.7, 대한민국 : ‘기후악당국가’로는 경제도 위험!]에서 소개한 바 있는 “기후변화 대응지수(CCPI) 2019”에서 독일이 27위(Medium)에 머문 것은 의외였고, 이를 통해 독일이 모종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측합니다. 기후변화대응지수가 최초로 발표된 2014년 19위(Medium) 를 기점으로, 2015~2016년 연이어 22위로 하락한 후 2017년에는 29위(Medium)까지 떨어졌다가  2018년 22위(Medium)에 다시 올랐던 독일이 최근인 2019년 지표에서 다시 27위로 떨어진 것을 보면 무언가 어려움이 있어 보이는게 사실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독일이 세계 최초의 탈핵 선언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후, 여러가지 불투명한 조건 속에서도 글로벌 에너지 전환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그들의 결단과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 결정이 토론을 바탕으로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었던 독일의 시스템이 부럽습니다. 또한 이 결정 전부터 이미 핵발전에 관한 다양한 측면의 연구와 검토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시민들이 전기요금 인상과 같은 고통분담에 적극 가담해 왔다는 사실도 우리가 참고할 시사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선에 서다

독일 탈핵에 비견될 만한 한국 정부의 공식발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시대로 가겠다"고 연설한 내용을 들 수 있겠습니다.

[전문] 文대통령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기념사, 입력 2017.06.19 ( http://bitly.kr/PZMEx )

위 연설문의 내용 일부를 인용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입니다.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입니다. 저는 오늘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가 국가 에너지정책에 대한 새로운 합의를 모아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연설문 서두에 1977년 고리1호기 완공을 시작으로 지난 40년 동안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며 1978년 전체 발전설비 용량의 9%를 감당한 이후 현재(2017년 발전량 기준 26.8%)에 이르기까지의 고리 1호기 관계자들의 역할과 노고를 치하한 이후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을 선언한 것입니다. 

이후 연설을 통해 탈핵을 4회, 탈원전을 7회 더 거론하면서 ‘탈핵시대’로 가는게 세계적 추세이면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필수 선택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독일 탈핵 vs 대한민국 탈핵

아래에 독일의 탈핵과 대한민국의 탈핵을 비교하여 표로 정리하였습니다.



아래 그림은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단가의 감소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위 그림은 기사 중 인용 - http://bitly.kr/1m9Iu )

위 표를 통해 볼 때, 독일은 2011년 현재 태양광 설치단가가 상당히 높은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탈핵, 탈석탄을 통해 기후변화에도 도전적으로 대응하고, 국민 다수가 바라고 후대를 고려한 안전한 독일을 향한 걸음을 내딛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주요국의 국가별 발전원별 비중(2015년 기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원믹스 현황 국제 비교> 오경수, KERI Brief( 2017.11.10), 한국경제연구원

2011년 후쿠시마 재앙 이후 독일은 2011년 발전량 기준 18%에서 2015년 약 13%로 4년만에 28%를 급격히 줄인 반면, 대한민국은 2011년 30%에서 2015년 31%로 원전비중이 오히려  1% 증가한 걸 알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에서도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 임을 선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탈핵 찬반의 갈등으로 아우성입니다.

탈핵의 속도가 매우 늦다는 소리가 작지만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반면, 탈핵은 망국의 길이라고 주장하는 탈핵반대 진영의 목소리는, 최근 여당 중진 송영길 의원의 신한울 3-4호기 스왑 발언으로 한층 힘을 얻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저는 여기서 독일탈핵과 우리나라의 탈핵 시간표를 간단히 비교 정리한 표를 제시하면서 금주 칼럼을 마치고자 합니다.



위 표를 작성하기 위하여 몇가지 자료를 참고하였음을 아래 기록해 둡니다.

(1) <2012 에너지·기후변화 편람>, 2012.9, 에너지관리공단
(2) <독일 에너지전환 정책의 추진 배경 및 전망>, 해외정보분석실 김봉금,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제113-22호(2013.6.14)
(3) <The 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 2018>, A Mycle Schneider Consulting Project, Paris, London, September 2018
(4) 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  http://www.khnp.co.kr 
장택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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